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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청년 김정도'가 전남을 떠난 이유를 아는가? / 이정록
담당부서관리자 작성일2023-07-20 조회수188
담당부서관리자
작성일2023-07-20
조회수1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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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도.jpg 이미지입니다.

 

제자 이야기다. 그의 이름은 김정도. 1994년생이니 지금 29세다. 광주 태생이다. 광주에서 초·중·고를 나와 전남대에 입학해 필자의 제자가 됐다. 키가 187cm인 미청년이다. 성품이 착하고 선해 동료와 선·후배들 사이에서 신망이 두터웠다. 졸업과 동시에 취직이 됐다. 하지만 ‘꿀잡’이란 공무원 자리를 내팽개치고 전남을 떠났다.

필자가 재직했던 지리학과는 취직이 잘된다고 소문났다. 전남대 인문사회계열 전체 학과 중 탑 5위 안에 든다. 인문사회계열 학과에서는 쉽지 않은 경우다. 덕분에 대학 학과 평가에서 항상 최상위권이다. 비결은 전공을 살려 취직할 곳이 있기 때문이다. 재학생 중 상당수는 지적 기사 자격증을 수월하게 딴다. 이 자격증을 발판으로 공무원(지적직), 공사(LX), 공간정보(GIS) 관련 회사에 취직한다.

청년 김정도도 마찬가지다. 그는 대학원에 진학해 지리학을 더 공부하고 싶었다. 하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선배들이 갔던 코스를 답습했다. 기사 자격증을 따고, 학과가 제공한 ‘지적 스터디룸(일명 446)’에 들어갔다. 그 방에서 공부하다 해남군 공무원 시험에 덜컥 합격했다. 공기업인 한국국토정보공사(LX)를 가려고 준비하다 연습 삼아 봤는데 붙어 버렸다. 그래 2020년 10월부터 해남군청에서 일했다.

청년 김정도의 초기 해남 생활은 무난했다. 학과 선배와 같은 팀에 근무했다. 학과 출신 절친도 멀지 않은 장흥군청에 다녔다. 필자가 해남 가면 꼭 들르는 단골 식당에서 막걸리를 마실 때도 무척 괜찮아 보였다. 그 자리에서 필자가 한 말이다. “곧 광주~강진(성전) 고속도로가 개통되면, 광주 풍암동에서 해남까지 40분 밖에 걸리지 않는다. 해남은 좋은 동네니, 좋은 사람 만나 해남에서 잘 살아라.”

그런데 2022년 7월 이상이 감지됐다. 필자 정년 퇴임을 축하하려고 지적 분야에 취업한 몇 제자들이 만든 막걸리 파티였다. 그는 필자가 애용하는 해남 해창막걸리 한 박스를 들고 나타났다. 막걸리잔이 몇 순배 돈 뒤, 그는 내게 말했다. “교수님 대학원 가면 안 될까요?” 그래 이렇게 말했다. “교수 되기 힘들다. 그런 생각 말라. 나도 없는데 누가 자네 뒤를 봐주겠는가. 그러니 해남서 공무원 생활 잘하고, 내가 가면 막걸리나 사라”고.

올 초였다. 어촌마을 컨설팅이 있어 해남 가는 길에 전화를 걸었는데 연결이 안 됐다. 그러고 몇 달 뒤 통화가 됐다. 작년 12월 회사로 이직해 지금 서울에 산다고 했다. 필자도 아는 중견급 공간정보 관련 회사다. 전후 사정을 묻고 싶었지만 잘 했다고 격려했다. 기회가 되면 서울서 막걸리나 마시자고 말하고 통화는 끝났다. 하지만 필자 속마음은 그렇지 않았다. 왜 지방대생의 로망인 공무원 자리를 던지고 서울로 갔을까. 몹시 궁금했다.

이달 초 서울에서 제자 결혼식이 있었다. 그를 무척 신뢰한 학과 조교의 결혼식이었다. 필자가 그에게 연락했더니 결혼 소식을 몰랐다. 그래 나도 참석하니 식장에서 보자고 했다. 공무원을 그만두고 서울로 올라간 이유를 알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는 필자가 도착할 시간에 맞춰 식장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결혼식 후 궁금증은 풀렸다. 그가 해남을 탈출한 이유는 여러 가지였다. 하지만 결정적인 문제는 ‘답답함’이었다. 직장 동료를 제외하면 또래 친구들을 만날 수 없었단다. 퇴근하고 식당이나 커피숍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모두 직장 동료이거나 직장과 관련된 사람들이었다고 한다. 게다가 퇴근하고 시간을 보낼 ‘즐길 거리’가 없는 공간에 살고 있고, 앞으로도 수십 년을 같은 사회적 공간에 살아야 한다는 생각이 그를 답답하게 만들었단다. 그가 전남을 떠나 서울로 간 까닭이다.

청년 김정도 말에 필자는 많이 놀랐다. 요즘 MZ세대에게는 일자리보다 중요한 것이 있었다. 자신들만의 문화를 소비할 공간과 시설과 소재가 존재해야 한다. 그 문화를 공유할 또래 집단도 있어야 한다. 스타필드 같은 복합 쇼핑몰, 새벽까지 문을 여는 댄스클럽과 실내포차, 얼터너티브 카페, 적당한 가격의 고급 레스토랑 등 말이다. 그렇지 않으면 매력적인 다른 도시로 과감하게 이동한다.

청년 김정도는 MZ세대의 전형이었다. 그런데 어쩌나. 지난 3월 전경련이 발표한 ‘지역경제 현황과 전망’ 조사 결과, 비수도권 주민의 41.1%는 수도권 이주를 희망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일자리(47.4%)와 문화적 혜택(20.9%) 때문이었다. 앞으로 제2, 제3의 김정도가 봇물 터지듯 지역사회를 떠날 것이 분명하다. 지역사회의 고민이 깊다. 청년 정책을 다시 만들어야 한다.

공공누리의 제4유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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