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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시립청소년교향악단 제10회 연주회] 그윽하고 뜨거웠던 한여름밤의 말러
작성자김미송 작성일2019-07-06 조회수608

[ 순천시립청소년교향악단 제 10 회 연주회 ] 그윽하고 뜨거웠던 한여름밤의 말러

 

저는 초등교사이고 학부모입니다. 그리고 다른 도시에서 잠깐 들렀다가 아름다운 생태도시 순천에 매료되어 정착한 시민입니다.

 

독서교육과 문화예술교육으로 모두가 행복한 삶을 지향하며 교실에서 18년째 아이들과 함께 하고 있습니다.

동화읽기는 어른들을 잊고 있었던 유년으로 데려갑니다. 최근 유행하는 '타임슬립'의 일종이지요. 행복했고 즐거웠고 상처받았던자신의 유년을 기억합니다. 동화를 읽는 동안 얻는 치유와 용기의 에너지는 다시 어른으로 돌아와 살아갈 힘을 줍니다.

 

문화예술교육은 어떤 관점에서 보면 더 깊고 넓습니다. 음악과 미술이 주는 상상력 또한 그 한계를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교실에서 음악으로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음악이 주는 표현과 상상력이 어디까지일까, 정말 경이롭습니다.

이를테면 말러 교향곡 제1번 1악장의 일부를 함께 듣는 초등학교 2학년 학생들은 “아주 넓은 곳에 있는 것 같아요.”, “조용한 풀밭이나 숲 속이예요. 바람소리, 새소리가 들려요.”라고 얘기합니다. “아침일 것 같아요.”라고도 말하니, “처음엔저녁인줄 알았는데 금방 어수선해지는 걸 보니 저도 아침이라고 생각해요.”라고 말합니다.

음악을 듣고 유튜브를 보며 상상했던 소리가 나는 악기를 볼 때 아이들의 표정이 얼마나 진지한지, 어쩌면 감히 문화예술은모든 교육을 망라할 수 있다고 생각해 봅니다.

 

문화예술교육에 관심이 많은 초등교사, 학부모, 시민으로써 순천문화예술회관은 순천만국가정원과 함께 순천을 순천답게 만들어주는 중요한 자원이라고 생각합니다. 가까운 지역에 있는 대기업브랜드이미지와 달리 겉에서 느껴지는 고색창연함이 오히려 멋스럽고 예술회관에서 들리는 모든 소리 또한 순천인들의 것이라 더 자랑스럽습니다.

 

지난 6월 28일 금요일 저녁, 순천문화예술회관에서 순천시립청소년교향악단이 구스타프 말러를 연주하였습니다.

자기시대에 이해받지 못한 말러를 고독하고 열정적인 천재라고 하기조차 너무 상투적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말러는 천재성을 바탕으로 상상력과 열정이 서산넘어 끝없어 여전히 이해받을 수 없는 예술가입니다. 말러 교향곡을 듣기 위해서는 초등학교 2학년학생처럼 모든 것을 내려놓아야 합니다. 들을 때마다 달라지고, 들을 때마다 어렵습니다. 음악을 듣는 것에 이렇게까지 에너지를 소모해야 하나 싶지만 말러는 그럴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습니다. 말러의 음악은 예술을 넘어 인문학입니다.

 

궁금하고 놀라운 것은 이 말러를 청소년교향악단이 연주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말러를 ?”, “ 말러까지 ?”

제가 순천시립청소년교향악단(이하 청교)을 알게 된 것이 2013년이었는데 청교의 최근 2-3년간의 연주를 감상하면서 언제부턴가 서경욱 지휘자를 보면 ‘피리 부는 사나이’가 떠오릅니다. 피리 부는 사나이는 쥐떼들이 창궐하는 동네에 홀연히 나타나 피리 하나로 골치아픈 걱정거리 해결해 주었지만 약속을 지키지 않은 동네 사람들을 비웃듯, 역시 피리 하나로 아이들을 모두 데리고 언덕 너머로 꿈같이 사라져버렸지요.

서경욱 지휘자가 청교 학생들에게 걸어버린 마법은 무엇이었을까.

 

진행을 맡은 사회자는 염려했지만 이번 말러 공연을 보면서 저는 작년 겨울 호두까기 공연보다 더 눈과 귀를 뗄 수가 없었습니다. 청교 단원, 가장 어린 학년이 5학년이라고 알고 있는데 이 친구들이 말러의 상상력을 공유했다니(설사 그것이 10%에 불과하더라도) 믿기지 않았습니다. 고백하자면 4악장 연주 내내 저는 단원들 하나하나를 그리고 파트별로 유심히 지켜보았습니다. 말러의 상상력 순도를 얼마만큼 표현할 수 있을지 진정성을 찾아내고자 했던 저의 얄팍한 허세가 지금 다시 생각해도 몹시 부끄럽습니다.

소름 돋는 4악장 연주 동안 단원들의 움직임은 음악 그 자체였고 온몸으로 표현하는 그들의 열정은 말러를 읽으면서 느꼈던 감동 그 자체였습니다. 결국 클라이막스를 넘어 승리를 선언하는 호른 주자의 기립 연주에서는 탄식이 절로 나왔습니다.

 

아이구 , 이걸 해내는구나 .’

 

그윽하게 시작했던 한여름 밤의 말러가 뜨겁게 끝났습니다. 적어도 나의 주변에 있던 관객들은 바로 일어서지 못했습니다. 여운이 길었습니다. 청교는 매번 감동을 새롭게 만들어내는 공연들을 해왔지만 이번 공연은 더 깊었다고 생각됩니다.

청교단원들은 말러의 상상력을 이해하고 나누었으며 표현해냈습니다. 서경욱 지휘자는 어린 청소년 단원들에게 꿈꾸듯 마법을 걸어버린 악명을 감당해야 할 것입니다. 돌아보면 이번 공연에서 서경욱 지휘자는 말러의 교향곡이 아닌 말러의 삶을 온전히 이해하고 표현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공연이 끝나고 이 감동을 어떻게든 남기고 싶었습니다. 이러한 수준 높은 공연을 지원하는 순천과 순천문화예술회관이 자랑스럽습니다. 한편으로는 시민으로써 제언도 하고 싶습니다.

 

문화예술회관에서 진행되는 청소년시립교향악단이나 시립합창단의 수준 높은 공연들을 시청이나 문화예술회관 홈페이지에서 다시 보고 싶습니다. 교실이든 문화공간이든 교육용 자료로도 손색이 없을 이번 공연을 비롯하여 그간 좋은 공연들을 다시 볼 수 없어 안타깝습니다.

그리고 널리 알렸으면 합니다. 지방에서 학생들이 원하고 필요할 때 질 높은 인문학과 문화예술의 인프라를 접하기란 여전히 요원합니다. 순천에서 성장하고 꿈꾸고 있는 수많은 문화예술 재원들이 대도시를 부러워할 필요 없는 문화예술 인프라에 자부심을 갖고 순천을 더욱 사랑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순천에서 기적이 도서관이 시작되었고 최근 원도심 전체가 문화예술로 특성화되고 있는 문화력 성장을 지켜보면서, 도시 전체가 문화이고 유산인 세계 여러 도시들을 떠올려 봅니다. 상상력과 잠재력이 풍부한 도시 순천이 도서관으로 시작하고 문화예술로 브랜드화되어, "찾아오는 도시, 남고 싶은 도시, 다시 돌아오는 도시"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저는 순천시립청소년교향악단이 자랑스럽습니다.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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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 최종 수정일 : /
2018-09-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