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봄밤 벚꽃과 봄밤 노래
봄밤,
벚꽃 흐드러지게 피어나는 금요일 밤,
2019년 신년음악회 <한국을 빛낸 BIG 3 성악가
콘서트>가 열렸습니다.
장소는 순천문화예술회관 대극장.
춘삼월(春三月)이 호시절(好時節)인 것은
다투어 피어나는 꽃의 향연 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
바로 오늘밤과 같은 문화예술의 축제 때문입니다.
2.
음악
,
노래의 의미
음악은, 특히 노래는,
인간의 유전인자 DNA에 내장된 본성과 같은 것입니다.
먼 옛날 인류의 조상인 ‘호모 샤피엔스’가 출현하던 때,
생명과 생존과 동시에 존재했던 것이 바로 음악이요 노래라는 것이
인류문화사를 연구한 학자들의 확신입니다.
바로 자신의 진솔한 내면의 정서를 표현하고,
외부 세계와 교감하면서 서로 반응하고 영향을 주는
최고의 소통전략이기 때문이지요.
이것은 인간종족의 유지와 번영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입니다.
음악과 노래가.
3.
고성현
,
서선영
,
신상근
,
정재원
,
그리고 순천시청 직원
어언 오랜 세월이 흘러 2019년 봄날,
이번 콘서트는 의미심장했습니다.
명불허전(名不虛傳),
단순한 공치사가 아니라, 실질적인 세계적 성악가들의 무대였고,
더욱 놀란 것이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성악가들이
한곡 한곡 정성을 다해 예술혼을 담아 쏟아내었고,
그 결과 노래의 완성도는 가히 최고였다고 감히 말씀드립니다.
마지막 앵콜 곡 2곡 까지 영혼을 기울여 노래했습니다.
정성을 다해 그들이 베풀어준 성찬은 우리에게 다가와
마음 깊이 스며들어 봄밤의 낭만을 극치로 솟구치게 했지요.
바로 철학자 플라톤(Plato)이 말 한대로,
“음악은 영혼의 비밀 장소로 파고든다.” 는 말을 실감합니다.
고성현, 서선영, 신상근, 그리고 반주자 정재원,
출연자 네 분께 감사드립니다.
그린데,
이 네 분 말고 반드시 칭찬과 응원을 보내야할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순천시청 직원으로서 이번 콘서트를 기획하고 추진한 담당직원입니다.
그분이 누구인지 저는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이 있습니다.
바로, 문화예술에 대한 탁월한 식견, 실질적 경험에 의한 내공, 그리고
진정한 음악에 대한 이해와 시민들을 향한 기대와 사랑이 있어야만,
이런 품격 있는 공연 추진이 가능합니다.
마이크 볼륨을 빵빵하게 높여놓고 요란하게 질러대는 소리가 아니라,
마음을 위로하고 영혼에 다가서는 아름다운 노래가
진정 필요함을 알고 있는 분입니다.
재미와 통쾌함도 좋지만,
우리는 감동과 여운을 더 절실히 원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이것에 항상 목말라합니다.
4.
진정한 노래가 그립고 반가워
클래식 성악가의 노래를 듣고자 하는 가장 으뜸가는 목적은
인간의 육성을 그대로 접하는 것입니다.
자연의 목소리를 기반으로 수십년 동안 갈고 다듬어
깊고 그윽하게 쌓아올린 소리의 내공을 느끼고자 함입니다.
마이크가 사용되어서는 안 됩니다.
바람 없는 실내에서
성악가의 훈련된 깊고 아름다운 소리가 흘러나와
공기를 진동시켜 우리 귀에 와 닿게 되면
그 소리의 질감과 입체감이 그대로 전달되어 느껴집니다.
실크같이 부드럽게도 하고 삼베처럼 거칠기도 하며,
물처럼 미끈하기도 하고 기름처럼 끈적거리기도 하며,
가는 봄비처럼 여리기도 하고 맹수처럼 거세기도 합니다.
그리하여 그 소리는
우리 몸 속으로 흘러들어와 구석구석 퍼지면서,
그 여러 느낌들이 복합적으로 조화롭게 얽혀서
진한 울림과 잔잔한 여운으로 아련히 지속됩니다.
이 때 바로 전율할듯한 감동이 솟아오릅니다.
바로 황홀감입니다.
삶의 기쁨을 한 차원 높이는 즐거운 체험이지요.
이것을 두고 바로 플라톤이,
“음악은 인간의 영혼 속으로 파고든다.”라고 한 것 아닐까요?
이런 의미에서
이번 공연은 가히 최고였다 말할 수 있습니다.
사실 우리 순천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이
성악가들이 마이크 없이 육성으로 노래하기에 결코 쉬운 장소는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탁월한 음악적 역량으로
봄밤을 황홀하게 한 예술가들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그리고 이 콘서트를 기획하고 후원한 순천시에 찬사를 보냅니다.
만일 서울 예술의 전당 오페라홀이나 IBK챔버홀에서 열렸다면
최소한 10만원 이상의 입장료였을 것입니다.
더구나 이런 수준의 공연은 성사되기도 어렵지요.
5.
수능을 앞든 우리 아이
우리 가족은
고 3 딸아이를 학교에서 불러내어 같이 참여했습니다.
물론 본인의 자발적 참여이지요.
수능 공부를 위해서도 이런 콘서트의 참여는 필요하다는 확신입니다.
단순히 책 몇 페이지를 더 읽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인간 성취의 위대한 가치를 느끼고 자신를 확인하는 일은
무엇보다도 소중한 일이며,
영혼의 감동을 통해 내면을 깊게 하고 세계와 소통하는 일은
무엇보다도 의미 있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이제 음악회는 끝나고
봄 밤 흐드러진 꽃길 아래
우리 모두는 또 자기의 길을 갑니다.
우리 딸아이는 또 도서관으로 가서 공부에 매진할 것이며,
직장인들은 월요일에 또 출근을 고민할지 모릅니다.
자영업자는 매출을 걱정할 것이며,
젊은이들은 취업을 위해 머리를 동여맬 것이며,
직장을 잡은 누군가는 희망에 차서 다음날을 기다리겠지요.
또 누군가는 카드 대금 막을 일로 동분서주할 것이며,
중요한 프로젝트를 앞둔 회사원은 고민에 빠질 것이고,
인생의 기로에 선 누군가는 깊은 시름에 잠길지도 모릅니다.
또 이렇게 저렇게 우리는 각기 일상의 삶을 살아갈 것입니다.
하지만
오늘 밤 소중한 예술의 경험으로 고양(高揚)된 영혼은
이런 저런 다양한 삶의 파도들을
슬기롭고 힘차게 잘 헤쳐나가리라 믿습니다.
창문을 열고 꽃을 바라보니
봄꽃은 밤에도 눈부시게 피어나고 있습니다.
모든 분들의 건승을 빕니다.
- 감사합니다 -